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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 리뷰 (슬랩스틱, 블랙코미디, 우에노주리) 2009년 개봉 당시 일본 흥행 순위권에 오른 이 영화, 저는 솔직히 포스터만 봤을 때 그냥 평범한 로맨스 코미디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웃음보가 터지는 동시에 뭔가 찜찜한 여운이 남는, 꽤 묘한 작품이었습니다. 《노다메 칸타빌레》로 우리나라 팬들에게도 친숙한 배우 우에노 주리가 주연을 맡은 영화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Killer Virgin Road)〉은 살인, 시체 유기, 자살 시도라는 무거운 소재를 유쾌한 소동극으로 풀어낸 블랙 코미디(black comedy) 장르의 B급 오락 영화입니다.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 슬랩스틱과 카오스 서사가 만들어내는 '만년 꼴찌'의 생존기블랙 코미디란 죽음, 범죄, 폭력 등 본래 심각하거나 금기시되는 소재를 웃음의 재료로 삼는 장르를 의미합니다.. 2026. 8. 3.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리뷰 (단절과 소통, 상실과 치유)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도중에 멈출 뻔했습니다.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도 그렇고, 오프닝 크레딧이 40분이 지나서야 떴을 때 뭔가 잘못 튼 건지 화면을 두 번이나 확인했으니까요. 그런데 끝나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영화 한 편이 이렇게 오래 마음에 남은 건 정말 드문 일이었습니다.드라이브 마이 카, 외면이라는 선택, 그리고 단절의 구조가후쿠와 오토 부부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왜 저러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아내의 불륜을 눈앞에서 목격했는데 아무 말도 못 하고 소리 없이 문을 닫는 장면 말이죠. 이게 현실에서 가능한 일인가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저도 비슷한 적이 있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받았을 때, 당장 충돌이 두려워 모른 척 .. 2026. 8. 3.
일본 영화 칠석의 여름 리뷰 (시대적 배경, 서사 분석, 기다림의 가치) 1970년대,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에 국경을 넘어 편지 하나로 사랑을 키워야 했던 두 청춘이 있습니다. 2003년 개봉한 영화 〈칠석의 여름〉 이야기입니다. 저도 처음 이 영화 제목을 마주쳤을 때는 그냥 흘려 넘겼는데, 막상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칠석의 여름, 1970년대 한일 관계와 영화의 시대적 배경영화의 배경은 1977년, 시모노세키와 부산의 자매도시(姉妹都市) 관계를 기반으로 열린 한일 친선 육상경기대회입니다. 자매도시란 서로 다른 나라의 두 도시가 문화·교육·체육 교류를 위해 공식적으로 협력 관계를 맺는 제도를 말합니다. 시모노세키와 부산은 실제로 이 제도 하에 수십 년간 교류를 이어온 도시들이며, 사사베 키요시 감독은 자신이 17살이던 시절 시모노세키에서 직접 경험한 .. 2026. 8. 2.
일본 영화 줄다리기! 리뷰 (연대, 클리셰, 스포츠 휴먼 드라마) 학창 시절 체육대회 줄다리기 경기에 나갔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상대 팀이 훨씬 덩치가 컸고, 저희 팀은 솔직히 질 것이 뻔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줄을 쥐는 순간, 손바닥을 파고드는 밧줄의 감촉과 함께 묘한 힘이 생기더군요. 2012년 일본 영화 〈줄다리기!(綱引いちゃうぞ!)〉를 보면서 그 감각이 고스란히 되살아났습니다. 평범한 주부 여덟 명이 전국 줄다리기 대회에 도전하는 이 작품은, 스포츠 영화의 공식을 착실히 따르면서도 보는 내내 마음 한켠이 뭉클해지는 묘한 힘을 지닌 영화입니다.줄다리기!, 팩트: 오이타시의 주부들이 밧줄을 잡기까지영화의 배경은 일본 규슈 오이타현 오이타시입니다. 시청 홍보과 막내 공무원 니시카와 치아키는 시의 인지도를 높이라는 미션과 함께, 폐쇄 위기에 몰린 시립 급식 센터.. 2026. 8. 2.
일본 영화 카페 이소베 리뷰 (철없는 어른, 서사적 개연성, 성장) 2008년작 〈카페 이소베(純喫茶磯辺)〉는 고등학생 딸이 아버지의 무계획 카페 창업을 뒷수습하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이 아버지 캐릭터가 실화냐"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웃기면서도 어딘가 씁쓸한 이 영화를 두고 평가가 갈리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카페 이소베, 철없는 어른을 다루는 방식,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이소베 유지로는 건설 현장에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다 할아버지 유산으로 덜컥 카페를 차립니다. 동기는 그야말로 단순합니다. 바리스타가 바닐라 라떼를 만드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는 것입니다. 고등학생 딸 사키코는 공부를 해야 할 나이에 개업 준비, 전단지 배포, 카페 운영 수습까지 도맡습니다. 이걸 '유쾌한 소동극'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솔직히.. 2026. 8. 1.
일본 영화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 리뷰 (백수 미학, 취준생, 청춘) 대학을 졸업한 20대가 아무런 계획 없이 고향 집으로 돌아가 1년을 통째로 빈둥거리는 이야기가 영화 한 편이 될 수 있을까요.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2013년작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는 그 질문에 "된다"고 답합니다. 저도 비슷한 시절을 통과한 사람으로서,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등줄기가 서늘해졌습니다. 화면 속 다마코가 저와 너무 닮아 있었거든요.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 먹고 자고 뒹구는 백수의 하루, 그 안에 담긴 심리적 메커니즘영화의 주인공 다마코는 대학 졸업 직후 홀로 사는 아버지 집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가을 내내 자고, 먹고, 만화책을 보고, 또 먹고, 낮잠을 잡니다. 아버지가 빨래를 해줘도 설거지 한 번 하지 않고, 나이가 서른이 다 되어가는데 가사도 못 하냐는 잔소리를 들어도 눈 하.. 2026. 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