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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영화11

중국 영화 일주일간 친구 리뷰 (끈기, 기억장애, 교환일기)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처음에 이 영화를 그냥 흘려보낼 뻔했습니다. '매주 기억이 리셋된다'는 설정이 너무 작위적으로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영화가 끝난 후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관계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제 학창 시절 한 장면이 겹쳐 보이면서 가슴 한 켠이 먹먹해졌습니다.일주일간 친구, 매주 월요일, 같은 말을 건네는 용기영화 속 하세 유키는 매주 월요일마다 후지미야 카오리에게 똑같은 말을 건넵니다. "저와 친구가 되어주세요." 카오리는 해리성 건망증(Dissociative Amnesia)을 앓고 있습니다. 여기서 해리성 건망증이란 특정 감정적 충격이나 심리적 외상(트라우마)으로 인해 특정 범주의 기억만 선택적으로 소실되는 증상을 말합니다. 뇌 전체의 기능이 손.. 2026. 8. 24.
일본 영화 요노스케 이야기 리뷰 (청춘 서사, 버블 경제, 이수현) 세상을 떠난 사람이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오래 기억되는 건 언제일까요. 저는 2013년 작 〈요노스케 이야기〉를 보고 나서 한동안 이 질문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규슈 나가사키에서 도쿄로 홀로 상경한 청년의 이야기인데,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그가 가슴 한구석에 오래 남아 있었습니다.요노스케 이야기, 1980년대 도쿄, 버블 경제가 만들어낸 청춘의 풍경혹시 '버블 경제(Bubble Economy)'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십니까. 화려한 네온사인, 넘쳐흐르는 소비, 거품처럼 부풀어 오른 자산 가격. 버블 경제란 실물 가치를 훨씬 뛰어넘는 자산 가격 상승이 일정 기간 지속되다가 한순간에 붕괴되는 경제 현상을 말합니다. 1980년대 후반 일본은 전후 최대의 경제 호황기를 누리던 시절이었고, 이 영화는 .. 2026. 8. 15.
일본 영화 모테키 리뷰 (찌질한 청춘, 남성 판타지, 연애 타이밍) 31년 동안 연애 한 번 해본 적 없는 남자에게 갑자기 미녀들이 몰려든다. 영화 〈모테키〉가 던지는 전제는 이 황당한 한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처음 이 설정을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피식 웃었습니다. 너무 뻔한 남성향 판타지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이건 그냥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었습니다. 유키오의 방황은 제가 이십 대 초반에 겪었던 서툰 시간과 기묘하게 겹쳐 보였습니다.모테키, 찌질한 청춘의 초상, 그리고 저도 거기 있었습니다영화의 주인공 후지모토 유키오는 서른한 살, 모태솔로에 SNS 중독자입니다. 현실의 인간관계는 엉망이지만 온라인에서는 누군가와 이어지고 싶어 안달이 난 인물이죠. 온라인 뉴스 사이트 '나탈리'에 입사하면서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지만, 동료들의 시선은 차갑고 첫.. 2026. 8. 11.
일본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리뷰 (에테르, 학교폭력, 도피주의)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단순히 '아름다운 일본 청춘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드뷔시 풍의 피아노 선율과 햇살 가득한 초록빛 들판이 화면을 채우는 동안, 그 뒤에 숨겨진 것들을 온전히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거죠. 〈릴리 슈슈의 모든 것(All About Lily Chou-Chou, 2001)〉은 이와이 슌지 감독이 포착한 가장 잔인한 사춘기의 풍경입니다. 아름다움과 폭력이 동시에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지금도 이 영화를 생각할 때마다 불편하게 남아있습니다.릴리 슈슈의 모든 것, 어두운 방 안의 소년, 현실을 견디는 방법중학생 유이치의 하루는 겉으로 보면 평범합니다. 교복을 입고 등교하고, 친구들과 어울립니다. 하지만 그 내면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현실을 버티.. 2026. 8. 10.
일본 영화 백만엔걸 스즈코 리뷰 (유랑, 홀로서기, 성장) 타인의 눈길이 피부에 박히듯 느껴졌던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학창 시절, 작은 오해 하나가 불씨가 되어 주변 전체가 수군거림으로 가득 찬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다." 영화 〈백만엔걸 스즈코〉는 바로 그 감각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작품입니다.백만엔걸 스즈코, 전과라는 주홍글씨, 스즈코는 왜 떠났을까스물한 살의 스즈코는 전문대를 졸업했지만 취직에 실패한 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 평범한 청춘입니다. 친구 리코와 함께 월세를 줄이려 동거를 시작하지만, 리코의 남자친구 타케시가 얹혀살게 되면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타케시가 스즈코가 데려온 고양이를 임의로 버리자 격분한 스즈코는 그의 짐을 창밖으로 던져버립니다. 결과는 폭력 및 재물손.. 2026. 8. 10.
일본 영화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 리뷰 (백수 미학, 취준생, 청춘) 대학을 졸업한 20대가 아무런 계획 없이 고향 집으로 돌아가 1년을 통째로 빈둥거리는 이야기가 영화 한 편이 될 수 있을까요.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2013년작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는 그 질문에 "된다"고 답합니다. 저도 비슷한 시절을 통과한 사람으로서,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등줄기가 서늘해졌습니다. 화면 속 다마코가 저와 너무 닮아 있었거든요.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 먹고 자고 뒹구는 백수의 하루, 그 안에 담긴 심리적 메커니즘영화의 주인공 다마코는 대학 졸업 직후 홀로 사는 아버지 집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가을 내내 자고, 먹고, 만화책을 보고, 또 먹고, 낮잠을 잡니다. 아버지가 빨래를 해줘도 설거지 한 번 하지 않고, 나이가 서른이 다 되어가는데 가사도 못 하냐는 잔소리를 들어도 눈 하.. 2026. 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