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영화54

일본 영화 굿바이 (염습의 미학, 직업 귀천, 용서의 강요) 죽음을 가장 아름답게 다룬 영화가, 실은 죽음 앞에서 가장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면 어떨까요. 제81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타키타 요지로 감독의 2008년작 영화 굿바이를 처음 봤을 때, 저는 그 아름다움에 감동하면서도 어딘가 손쉽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치열하게 달려온 20대를 지나 30대의 문턱에서 맞닥뜨린 이 영화는, 제가 그동안 덮어두었던 몇 가지 불편한 질문들을 다시 꺼내 놓았습니다.굿바이, 염습의 미학, 고인의 마지막을 예술로 빚는 납관사의 손영화의 핵심은 납관(殮襲)이라는 행위에 있습니다. 납관이란 고인의 시신을 정결하게 닦고, 수의를 입히고, 관에 모시는 일련의 장례 의례를 뜻합니다. 서양의 에임밍(embalming), 즉 방부 처리 중심의 장례 문화와 달리, 일.. 2026. 6. 20.
일본 영화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청량함, 낭만화, 공동체) 시골살이를 한 번이라도 동경해 본 적 있다면, 이 영화는 그 감정을 아주 정확하게 건드립니다. 저도 번아웃이 극에 달했던 시절 무작정 시골로 한 달을 내려간 적이 있고, 그때 품었던 귀촌 판타지와 뒤따라온 냉혹한 현실 사이의 간극을 이 작품을 보는 내내 계속 떠올렸습니다.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도시 소년이 시골로, 그 설정이 담고 있는 것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2007년작 은 전교생이 6명에 불과한 일본의 한 분교 마을에 도쿄 출신 소년 오사(오카다 마사키)가 전학 오면서 시작됩니다. 중학교 2학년 소녀 소요(카호)는 태어나 처음으로 같은 학년 친구를 만난다는 사실에 들뜨지만, 오사는 첫날부터 마을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말을 내뱉으며 소요의 속을 뒤집어놓습니다.영화의 서사 구조를 영화학 용어로 분류하자.. 2026. 6. 19.
일본 영화 1초 앞, 1초 뒤 (교토 배경, 시점 전환, 스토킹 논란)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평생 '빠른 사람'이 곧 '잘하는 사람'이라고 믿고 살았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도 셔터를 너무 빨리 눌러 상대방 눈이 반쯤 감긴 사진만 건졌고, 대화 중에는 상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제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다 이 영화 예고편을 보는 순간, 가슴 어딘가가 콕 찔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속도에 중독된 삶을 살면서 정작 옆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한 번도 온전히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뒤늦은 자각이었습니다.1분 앞, 1초 뒤, 교토라는 배경이 만든 아날로그 정서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신작 는 대만 영화 의 리메이크작입니다. 리메이크(remake)란 기존 작품의 서사 골격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배경과 문화적 맥락으로 재창작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오리지널에서 1초 빠른 인물이 여성이었다.. 2026. 6. 18.
영화 텐텐 (도쿄 산책, 가짜 가족, 자수) 솔직히 저는 살인범의 도주 동행을 이토록 따뜻하게 그린 영화가 불편하지 않을 줄 몰랐습니다. 2007년작 일본 영화 텐텐은 빚 천만 원에 쫓기는 대학생과 자수를 결심한 살인범이 도쿄를 함께 걷는 기묘한 로드무비입니다. 보고 나서 며칠 동안 마음 한 켠이 이상하게 간지러웠습니다.텐텐, 도쿄 산책이라는 설정이 저를 끌어당긴 이유저도 대학 시절, 지갑 속 동전 몇 개가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동네 골목을 정처 없이 배회하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그 시절 저에게 '걷는다'는 행위는 도피이기도 했고, 동시에 가장 솔직해지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후미야가 빚 84만 엔이라는 현실 앞에 무너진 채 파칭코 기계 앞에 앉는 장면이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로드무비(Road M.. 2026. 6. 18.
영화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편견, 연대, 간병 현실) 직장을 다니던 시절, 저도 아침마다 이유 없이 머리가 지끈거리고 지하철을 타기가 두려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저 '내가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서'라고 스스로를 탓하며 버텼는데, 2011년 개봉한 일본 영화 를 보고 나서야 그게 마음의 병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성실한 회사원 남편과 무명 만화가 아내가 우울증이라는 예고 없는 손님을 맞이하며 서로를 다시 발견해 가는 이야기입니다.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우울증이라는 진단,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을까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우울증을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하면 보통 어둡고 무거운 작품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어떤 면에서는 잔잔한 홈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남편 '츠레'는 요일별로 입을 옷과 먹을 음식을 미리.. 2026. 6. 18.
영화 홈스테이 리뷰 (줄거리, 자기구원, 서사분석) 고등학교 시절, 저는 학교에서 투명인간이었습니다. 밥을 혼자 먹고, 하교 후 곧장 집으로 돌아오는 날들이 반복됐죠. 그때 가장 힘들었던 건 외로움 자체가 아니라,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기억이 남아 있어서인지 영화 를 보다가 마코토의 이야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타인의 눈으로 자기 삶을 다시 들여다본다는 설정이, 그 시절의 저에게 꼭 필요했던 시선처럼 느껴졌습니다.홈스테이, 타인의 몸으로 들여다본 한 소년의 삶: 줄거리와 구조영화는 마사 병원 응급실에서 눈을 뜬 소년의 혼란으로 시작됩니다. 거울 속에 낯선 얼굴을 발견한 영혼 '시로'는 자신이 이미 죽었으며, 전생의 죄로 환생 기회를 박탈당했다가 극적으로 '홈스테이'를 허락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여기서 홈스테이란.. 2026.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