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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18

일본 영화 플랜 75 리뷰 (고령화 사회, 존엄사, 노인 고독사) 국가가 75세 이상 노인의 죽음을 합법적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생긴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몇 년 전 외할머니의 빈 아파트를 정리하러 갔을 때 저는 그 질문의 무게를 처음 실감했습니다. 켜진 채로 혼자 울리고 있던 텔레비전, 빛바랜 가구 위에 쌓인 먼지. 영화 플랜 75는 그 방의 공기를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것 같았습니다.플랜 75, 플랜 75가 태어난 사회: 고령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일본의 고령화율은 2023년 기준 29.1%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여기서 고령화율이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데, 30%에 육박한다는 수치는 사실상 3명 중 1명이 노인이라는 의미입니다.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할 복지 비용이 급격히 팽창하는 구조 속에서, 청년 세대의 조.. 2026. 7. 1.
일본 영화 바람의 목소리 리뷰 (대지진 트라우마, 애도 서사, 로드무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는 공식적으로 약 2만 2천 명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 영화 한 편이 그 숫자 뒤에 가려진 '한 사람의 얼굴'을 되살려 놓았을 때, 저는 화면을 보면서 숨이 막혔습니다. 외할머니를 갑작스레 잃고 한동안 넋을 놓았던 기억이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바람의 목소리, 끊어진 일상과 남겨진 자의 심리: 대지진 트라우마일반적으로 재난 영화는 참사 그 자체를 스펙터클로 소비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것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스와 노부히로 감독은 쓰나미 장면을 단 한 컷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대신 참사로부터 8년이 지난 시점에서 살아남은 소녀 하루의 텅 빈 눈동자를 클로즈업으로 잡아냅니다.여기서 핵심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묘사 방식입니다.. 2026. 6. 30.
일본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일상의 미학, 상처의 치유, 서사적 한계) 일에 치여 정신없이 보낸 주가 끝나는 금요일 밤이면, 저도 가끔 아무 자극 없이 그냥 화면만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날 밤 고른 영화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였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잔잔할 거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복잡한 감정을 건드릴 줄은 몰랐거든요. 이 영화는 작은 바닷가 마을에 사는 세 자매가 아버지의 부고를 계기로 이복동생 스즈를 집에 들이며, 함께 매실주를 담그고 잔멸치 덮밥을 먹는 평범한 일상을 통해 상처를 녹여가는 이야기입니다.바닷마을 다이어리, 일상의 미학으로 쌓아 올린 상처의 치유일반적으로 가족 드라마는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 하나로 카타르시스를 끌어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영화는 완전히 반대 방향을 택합니다. 감정을 터뜨리는 대신.. 2026. 6. 21.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 (절제 연출, 복지 사각지대, 방관) 사회 초년생 시절, 저는 보증금이 빠듯해 도심 변두리의 낡은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에 자취방을 얻었습니다. 얇은 벽 너머로 가끔 아이들의 기척이 들려왔고, 낮이고 밤이고 어른의 목소리 대신 TV 소리와 컵라면 냄새만 흘러나오던 옆집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그 아이들이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뉴스로 접했을 때, 그냥 고개를 돌렸던 제 자신이 그 어떤 가해자보다 더 낯설고 무서웠습니다.아무도 모른다, 담담한 카메라가 가장 잔인한 이유 — 고레에다의 절제 연출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04년작 아무도 모른다는 실제로 일본에서 발생한 '스구모 방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엄마에게 버려진 네 남매가 좁은 아파트 안에서 스스로를 지워가며 생존해야 했던 이야기를 다룹니다.제가 처음 이 영화.. 2026. 6. 19.
영화 강변의 무코리타 (고독사, 죽음의 미학, 일상의 치유) 고독사로 발견된 아버지의 유골을 아들이 오징어 젓갈 통에 담아두는 영화가 있습니다. 처음 이 설정을 들었을 때 저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직접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이 영화는 그 경계 어딘가에 정확히 서 있다는 것을.강변의 무코리타, 고독사 공포가 저를 이 영화로 이끌었습니다한때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차단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타인과의 연락을 모두 끊고 좁은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던 그 시절, 저를 가장 괴롭혔던 공포는 생각보다 소박했습니다. "이러다 아무도 모르게 죽는 건 아닐까." 지독하게 외로운 상실감 속에서도 그 두려움만큼은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고독사(孤獨死)란 혼자 생활하다가 주변과 단절된 상태에서 사망하는 것을 가리키며, 시신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를 포함하는 개념입.. 2026. 6. 18.
영화 엣 홈 at Home (선택적 가족, 범죄 미화, 혈연의 폭력성)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좀도둑, 문서 위조범, 꽃뱀이 모여 만든 가족이 있습니다. 저는 사춘기 시절 "차라리 타인이랑 사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품었던 사람으로서, 이 영화의 첫 장면부터 뭔가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일본 영화 엣 홈 at Home, 가족이란 무엇인지를 범죄 서사로 되묻는 작품입니다.엣 홈, 피보다 진한 가족, 근데 이게 정말 그런가요일반적으로 '선택적 가족'이라고 하면 따뜻하고 치유적인 서사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그 이상화 뒤에는 꽤 불편한 현실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영화는 도입부부터 철저하게 이 가족이 화목해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공원의 벚나무 아래 모녀가 어깨를 기대고, 오빠는 여동생 목욕물을 데워놓고, 막내는 게임 삼매경에 빠진 형.. 2026.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