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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18

일본 영화 중력 피에로 리뷰 (사적 제재, 유전 결정론, 가족 연대) 2009년 개봉한 일본 영화 〈중력 피에로〉는 강간 피해 생존자의 아이라는 출생 비밀을 품은 형제가 생부를 직접 단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처음 소설로 먼저 접했을 때, 저는 이 작품이 건드리는 질문들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걸 읽는 내내 느꼈습니다. 핏줄보다 강한 것이 있다고 믿으면서도, 정말로 그게 가능한 건지 계속 의심하게 만드는 이야기였습니다.중력 피에로, 피보다 진한 것이 있다는 이 작품의 주장, 어디까지 설득력이 있나〈중력 피에로〉의 서사적 핵심은 유전적 결정론(genetic determinism)과 환경적 양육론의 충돌입니다. 유전적 결정론이란 한 사람의 성격·능력·행동이 DNA에 의해 이미 결정된다는 관점을 말합니다. 영화 속 형 이즈미는 유전학을 전공하면서 끊임없이 하루의 출생 배.. 2026. 8. 12.
일본 영화 리버스 에지 리뷰 (세기말 청춘, 결핍, 파국) 학창 시절 내내 겉으로는 멀쩡한 척 살아갔는데, 실제 속은 늘 비어 있었습니다. 주변이 왁자지껄 떠들어도 저 혼자만 무채색 공간에 남겨진 것 같은 그 기분, 혹시 비슷하게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영화 리버스 에지(River's Edge, 2018)는 그 감각을 정면으로 건드립니다.리버스 에지, 더러운 강변이 배경인 이유 — 세기말 일본의 결핍 서사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리버스 에지는 오카자키 교코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합니다. 오카자키 교코의 원작은 1990년대 일본 만화계에서 세기말적 허무주의(nihilism)를 가장 날카롭게 담아낸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여기서 허무주의란 삶과 세계에서 아무런 의미나 가치도 발견하지 못하는 사상적 상태를 뜻하며, 이 영화에서는 청소년들의 무감각한 태도와 자기.. 2026. 8. 11.
일본 영화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리뷰 (10년 재회, 고백 장면, 실사화 한계)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는 말 한 마디를 왜 그렇게 못 했을까요. 돌이켜보면 저도 학창 시절, 저를 유난히 놀리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매번 속아 넘어가면서도 내심 그 순간을 기다렸던 것 같아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 한쪽이 간질간질했습니다. 영화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2024)〉이 그 감각을 정확하게 건드렸습니다.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10년 만의 재회,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10년이라는 공백을 두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어떤 분들은 "10년이 지나도 감정이 그대로라는 게 비현실적이다"라고 보시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읽었습니다.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감정의 보존이 아니라 감정의 뿌리입니다. 타카기 양이 파리에서 섬으로 돌아온 건 그림 공부 때문이.. 2026. 8. 7.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리뷰 (단절과 소통, 상실과 치유)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도중에 멈출 뻔했습니다.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도 그렇고, 오프닝 크레딧이 40분이 지나서야 떴을 때 뭔가 잘못 튼 건지 화면을 두 번이나 확인했으니까요. 그런데 끝나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영화 한 편이 이렇게 오래 마음에 남은 건 정말 드문 일이었습니다.드라이브 마이 카, 외면이라는 선택, 그리고 단절의 구조가후쿠와 오토 부부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왜 저러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아내의 불륜을 눈앞에서 목격했는데 아무 말도 못 하고 소리 없이 문을 닫는 장면 말이죠. 이게 현실에서 가능한 일인가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저도 비슷한 적이 있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받았을 때, 당장 충돌이 두려워 모른 척 .. 2026. 8. 3.
일본 영화 카페 이소베 리뷰 (철없는 어른, 서사적 개연성, 성장) 2008년작 〈카페 이소베(純喫茶磯辺)〉는 고등학생 딸이 아버지의 무계획 카페 창업을 뒷수습하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이 아버지 캐릭터가 실화냐"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웃기면서도 어딘가 씁쓸한 이 영화를 두고 평가가 갈리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카페 이소베, 철없는 어른을 다루는 방식,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이소베 유지로는 건설 현장에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다 할아버지 유산으로 덜컥 카페를 차립니다. 동기는 그야말로 단순합니다. 바리스타가 바닐라 라떼를 만드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는 것입니다. 고등학생 딸 사키코는 공부를 해야 할 나이에 개업 준비, 전단지 배포, 카페 운영 수습까지 도맡습니다. 이걸 '유쾌한 소동극'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솔직히.. 2026. 8. 1.
영화 불량공주 모모코 리뷰 (로리타 패션, 성장 서사, 비평) 자신만의 세계를 지키는 것이 외로운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한때 그렇게 믿었습니다. 또래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취향에 몰두하며 스스로 벽을 쌓던 학창 시절, 그 벽이 나를 지켜준다고 굳게 믿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2004년작 일본 영화 를 처음 접했을 때, 모모코의 고고한 고집이 낯설기보다 오히려 오래 전에 잃어버린 무언가처럼 느껴졌습니다.불량공주 모모코, 패션과 폭주족, 극과 극의 만남이 만들어낸 성장 서사영화의 무대는 일본 이바라키현의 실제 지명 '시모츠마'입니다.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는 야마모토 후미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이 평범하고 작은 시골 마을에 극과 극의 두 소녀를 던져 넣습니다.주인공 모모코는 18세기 프랑스 로코코(Rococo) 양식에서 출발한 로리타 패션을 고집하는.. 2026.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