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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일본 드라마 으라차차 스모부 리뷰 (오합지졸 성장기, 도효의 현실, 청춘 서사)

by 무비체커 2026. 7. 25.

부모님 연줄로 대기업 입사가 확정된 대학교 4학년이 졸업 위기를 모면하려고 억지로 스모부에 들어갔다가 결국 회사 입사를 포기하고 1년 더 학교에 남는다는 결말. 처음 이 설정을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또 뻔한 청춘물이겠구나" 하고 가볍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생각이 달랐습니다. 어딘가 학창시절의 제 모습이 겹쳐 보이는 부분이 있어서였습니다.

으라차차 스모부, 오합지졸들이 도효에 서기까지, 그 과정의 설득력

스모에는 시코(四股)라는 기본 동작이 있습니다. 여기서 시코란 두 발을 넓게 벌리고 한쪽 다리를 들어 힘껏 내리찍는 동작으로, 하체 근력과 유연성, 신체 균형 세 가지를 동시에 요구하는 스모의 핵심 훈련 동작입니다. 이 동작 하나를 제대로 익히는 데도 초보자에게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드라마 속 부원들이 이걸 처음 배우면서 넘어지고 비틀거리는 장면이 꽤 현실적으로 그려집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마와시입니다. 마와시란 스모 선수들이 경기 시 착용하는 두꺼운 천 띠로, 단순한 복장이 아니라 상대를 잡아 제어하는 핵심 도구이기도 합니다. 이 마와시를 세탁기로 빨 수 없어 셀프 세차장에서 고압 호스로 씻어내는 장면은, 스모부의 열악한 현실을 코믹하게 보여주면서도 묘하게 공동체 감각을 형성하는 중요한 장면입니다. 제가 직접 스모를 배워본 적은 없지만, 가난한 부실 동아리에서 허름한 장비를 공유하며 끈끈해지던 그 감각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것입니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부원 구성입니다. 33세에 뒤늦게 대학에 입학한 경리 출신 노구치, 헬스장 설립을 요구하며 교내에서 시위하던 근육 덕후 유마, 발레를 독학하다가 시코 자세가 천재적으로 나온 노구치, 히키코모리 인터넷 친구 슈까지. 이런 인물들이 모이는 과정 자체는 유쾌하고 납득 가능합니다.

다만 저는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됩니다. 과연 몇 달간의 훈련으로 작년 체중별 대회 우승자와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느냐는 부분입니다. 스포츠 과학 측면에서 보면, 스모는 도효(土俵, 경기를 치르는 원형 경기장) 안에서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는 고도의 격투 스포츠입니다. 일본스모협회에 따르면 정식 력사(力士), 즉 프로 스모 선수가 되기까지는 수년간의 기초 체력 훈련과 기술 반복이 필수적입니다. 이 현실을 기준으로 보면, 작품 후반부의 극적 승리들은 다소 만화적인 비약임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청춘물에 그런 현실감을 요구하는 게 오히려 과하다"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오히려 중반까지의 완패 묘사가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려졌기 때문에, 후반의 급격한 성장이 더 아쉽게 느껴집니다.

이 작품에서 부원들이 첫 공식 대회에서 겪는 좌충우돌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기본 반칙조차 몰라 허무하게 실격 처리된 류타
  • 체급 차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돌진하다 장외패한 유마
  • 100점 중 0점이었던 노구치의 첫 경기 자신감

이 패배들이 오히려 진짜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더 몰입했습니다.

호카라는 인물이 던지는 불편한 질문, 그리고 작품의 한계

이 드라마의 핵심은 사실 류타보다 호카에 있다고 봅니다. 호카는 어렸을 때부터 스모를 사랑해 왔지만, 도효에 여성이 오를 수 없다는 전통 때문에 늘 배제당해온 인물입니다. 여기서 도효란 단순한 경기 공간이 아니라, 신성한 장소로 여겨져 여성의 출입이 전통적으로 금지되어 온 공간입니다. 이 금기는 일본 내에서도 지속적으로 논쟁이 되는 사안으로, 일본 내각부 남녀공동참획국은 전통 스포츠 문화 내 성별 장벽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이 장면들을 보면서 느낀 건, 호카가 혼자 새벽에 도효에 올라 훈련할 때의 그 외로운 뒷모습이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새벽에 혼자 시코를 밟고 있는 장면은 말 한마디 없이도 그녀가 지금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혼자였는지를 전달합니다. 이 연출만큼은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묵직한 주제가 후반부에서 다소 쉽게 봉합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OB 선배들이 반대하다가 류타의 설득 한마디에 마음을 돌리고, 제대로 된 도효를 만들어주는 장면은 현실에서라면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리 없는 일입니다. 전통과 성별 장벽이라는 주제를 진지하게 끌어왔다면, 그 해결도 그만큼 무거워야 하는데, 이 부분이 이 작품의 가장 아쉬운 대목입니다.

다만 이렇게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애초에 이 작품은 무거운 메시지를 던지는 사회 비판 드라마가 아니라, 청량한 청춘물로 기획된 것이므로 그 장르적 목적에는 충실하다"는 의견도 있고, 저도 그 점에는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장르적 쾌감과 메시지의 깊이를 동시에 요구하는 건 때로 무리한 기준일 수 있으니까요.

테포(鉄砲)라는 기술도 드라마 안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테포란 상대의 가슴이나 어깨를 양 손바닥으로 강하게 밀어내는 스모의 기본 공격 동작으로, 중심 이동과 타이밍이 생명입니다. 호카가 혼자 기둥을 상대로 테포를 연습하는 장면은, 그녀가 팀 없이 혼자 기술을 갈고닦아온 세월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장면이라 기억에 남습니다.

이 작품이 가진 미덕과 한계를 나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오합지졸 부원들의 캐릭터 조형과 케미스트리는 확실히 살아있다
  • 스모라는 낯선 종목의 기본 동작과 문화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연출이 좋다
  • 초보자의 성장 속도가 스포츠 현실과 다소 괴리된 점은 아쉽다
  • 성별 장벽이라는 무거운 주제의 해소가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처리된다

저는 학점과 스펙, 취업이라는 조건만을 좇으며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조차 물어보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류타가 마지막에 확정된 대기업 입사를 포기하고 도효 위에 다시 서는 선택을 했을 때, 그게 너무 낭만적이라는 생각보다 "그래도 저 선택을 하는 데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청춘물로서의 장르적 목적에는 충실합니다. 완벽한 스포츠 드라마를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지만, 까맣게 잊고 있던 열정의 감각을 잠깐이라도 되살리고 싶다면 한 번쯤 볼 만한 작품입니다. 류타와 호카가 다시 마주 선 마지막 장면은, 화려하지 않아서 오히려 오래 남습니다.


참고: https://youtu.be/XcDxnjw5uK4?si=_xTzjw7soWvu-Ru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