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153 대만 영화 장난스런 키스 리뷰 (첫 만남, 계급 로맨스, 여성상 비판) IQ 200의 천재와 전교 꼴찌의 사랑. 설정만 보면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학창 시절 저의 부끄러운 기억이 자꾸만 겹쳐져서 도무지 거리를 둘 수가 없었습니다. 대만 영화 장난스런 키스는 일본 순정만화 이타즈라나 키스를 원작으로 한 프랭키 천 감독의 청춘 로맨스로, 달콤한 외피 안에 꽤 복잡한 감정과 불편한 질문들을 동시에 품고 있는 작품입니다.장난스런 키스, 입학식 날의 충돌, 그리고 넘을 수 없는 계급의 벽혹시 학교 다닐 때 그런 사람 있지 않았습니까? 같은 건물 안에 있는데도 도저히 말을 걸 엄두가 나지 않는, 그냥 존재만으로 기압차가 느껴지는 사람. 신입생 위안샹친이 입학식 날 복도에서 맞닥뜨린 장즈수가 딱 그런 존재입니다.사립 둥난고등학교는 학생들을 IQ와 성적에 .. 2026. 6. 27. 일본 영화 용의자 X의 헌신 리뷰 (알리바이 트릭, 생명 경시, 도덕적 딜레마) 학창 시절, 수학 문제를 풀 때만큼은 세상이 단순해지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공식만 제대로 따라가면 반드시 하나의 정답에 닿는다는 그 명료함이요.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을 처음 봤을 때, 이 작품이 단순한 추리물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가장 이성적인 인물이 가장 감정적인 이유로 저지른 완벽한 범죄 설계. 그리고 그 설계가 품고 있는 윤리적 균열. 두 가지가 동시에 마음을 눌러왔습니다.용의자 X의 헌신, 이시가미가 설계한 알리바이 트릭, 수학 천재의 방정식혹시 추리 소설을 읽다가 "아, 이 트릭은 내가 절대 못 맞추겠다"는 생각이 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그런 감각을 느꼈습니다.고등학교 수학 교사 이시가미 테츠야는 옆집 도시락 가게 사장.. 2026. 6. 26. 대만 영화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 리뷰 (옴니버스 로맨스, 영상미, 서사 분석) 대학 시절, 저도 라디오 심야 방송을 함께 듣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매일 밤 같은 주파수를 맞추며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다가, 졸업과 취업이라는 현실 앞에서 결국 서툴게 헤어졌습니다. 그 기억 때문인지, 영화 를 보는 내내 스크린이 아니라 제 과거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달달한 로맨스 영화를 고르다가 공허함만 남았던 경험이 있다면, 이 영화가 그 빈자리를 채워줄 수도, 혹은 더 헷갈리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 세 남자의 사랑이 하나의 라디오 주파수로 연결되는 방식이 영화가 처음부터 마음을 잡아당긴 건 구성 방식 때문이었습니다. 세 가지 사랑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라디오 방송국이라는 공간과 지인 관계망.. 2026. 6. 26. 대만 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 리뷰 (신분격차, 야간반, 성장통) 솔직히 저는 영화 포스터만 봤을 때 그냥 아련한 첫사랑 이야기겠거니 생각했습니다. 1997년 대만 배경의 학원 로맨스라는 설명이 딱히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야간 자율학습이 끝난 밤 10시, 숨 막히는 교실 밖으로 나와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며 "대학 가면 달라질까?"라고 속삭이던 제 학창 시절이 스크린 위에 그대로 펼쳐지는 순간,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우리들의 교복시절, 주간반과 야간반, 보이지 않는 계급이 만들어지던 시절1997년 대만에는 주간반과 야간반이라는 이분법적 교육 트랙이 존재했습니다. 트랙(track)이란 학생들을 성적이나 목표에 따라 서로 다른 교육 과정으로 분류하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교장 선생님은 두 반에 큰 차이가 없다고 했지만, 실제로 사람들 사이에서 야간반은 .. 2026. 6. 25. 일본 영화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 리뷰 (서사 구조, 신파 클리셰, 로드무비) 서랍 깊숙한 곳에서 빛바랜 사진 한 장을 발견한 적 있으신가요. 저는 이십 대 초반,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 눈빛과 몸짓으로만 진심을 나눴던 이국의 인연이 있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나자는 막연한 약속만 남긴 채 헤어졌고, 현실에 치이다 보니 그 기억은 어느새 아득하게 묻혀버렸습니다. 영화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은 그 묻혀 있던 감정을 사정없이 끄집어낸 작품입니다. 단, 그 꺼냄의 방식이 모든 분께 납득될지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 18년을 가로지르는 서사 구조, 어디까지 설득력이 있는가이 영화의 서사 구조(narrative structure)는 36세의 지미가 인생의 바닥에서 18년 전 첫사랑의 흔적을 발견하며 시작됩니다. 여기서 서사 구조란 이야기.. 2026. 6. 25. 일본 영화 여름정원 리뷰 (죽음 관찰, 전쟁 범죄, 가해자 서사) 전쟁범죄를 저지른 노인이 아이들의 순수한 우정 덕분에 평온하게 생을 마감한다. 이 서사 구조가 얼마나 아름답게 포장될 수 있는지,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유모토 가즈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여름정원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소년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수작이지만, 동시에 역사적 과오를 낭만화하는 데 있어 지독히 정교한 작품이기도 합니다.여름정원, 호기심으로 시작된 죽음 관찰, 쓰레기 더미 속에서 피어난 유대저도 어린 시절 동네에 홀로 살던 무뚝뚝한 할아버지를 두려워하다가, 어느 날 그분이 며칠째 보이지 않자 친구들과 집 주변을 기웃거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의 감정은 호기심과 두려움이 뒤섞인 묘한 것이었는데, 이 영화 속 세 소년이 정확히 그 감각을 건드렸습니다.영화의 출발점은 단순.. 2026. 6. 24.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 2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