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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18

일본 영화 언덕길의 아폴론 리뷰 (전학, 재즈, 우정) 솔직히 저는 재즈를 '듣는 사람'이 아니라 '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학창 시절 전학을 갔을 때도, 새 교실에서 아무도 말 걸어주지 않던 그 시간을 버티게 해준 건 클래식 악기 연습이었지 재즈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영화 한 편이 그 선입견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1966년 일본의 작은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두 외톨이가 재즈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껴안는 이야기 — 영화 언덕길의 아폴론입니다.언덕길의 아폴론, 전학생의 현기증, 그리고 옥상에서 만난 인연저도 연고 없는 동네로 전학을 가본 적이 있어서, 영화 초반 카오루의 그 멍한 표정이 유독 낯익었습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쏟아지는 수십 개의 시선 — 적대감인지 호기심인지 모를 그 뒤섞인 눈빛은 숨이 막히는 수준입니다. 카오루는 그 압박을.. 2026. 7. 10.
일본 영화 도쿄 구울 리뷰 (정체성, 카구네, CG 완성도) 솔직히 저는 원작 애니메이션을 먼저 봤기 때문에 실사 영화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드는 감정은 단순한 실망이 아니라, 뭔가 제 안의 오래된 감각을 건드린 듯한 묘한 울림이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와 조잡한 CG가 공존하는 이 영화가, 경계인의 내면을 그리는 방식에서만큼은 날카롭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도쿄 구울, 반인반구울의 실존적 고뇌: 카네키 켄이 견딘 정체성 붕괴영화의 핵심은 카네키 켄이라는 평범한 대학생이 구울의 내장을 이식받아 반인반구울(半人半ghoul)이 되는 설정에서 출발합니다. 반인반구울이란 인간의 외형과 의식을 갖추되, 구울 특유의 식인 충동과 신체 능력을 동시에 보유한 존재를 뜻합니다. 카네키는 인간 음식을 전혀 소화하지 못하면서도 인간의 살.. 2026. 7. 8.
일본 영화 리얼 술래잡기 리뷰 (살인 바람, 관음증, 페미니즘 비판) 사회적 억압을 비판한다는 영화가, 정작 그 비판의 방식으로 여성의 신체를 잔인하게 소비하고 있다면 그 영화를 페미니즘 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소노 시온 감독의 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바로 그 불편한 모순 앞에 멈춰 섰습니다. 조직의 억압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렸던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 날카로웠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 너무도 수상쩍었습니다.술래잡기, 살인 바람이 만든 첫 균열, 그 충격의 정체수학여행 버스 안, 친구들의 웃음소리와 유리창 너머의 파란 하늘. 주인공 미츠코는 그 속에서 혼자 멍하니 창밖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펜을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인 그 찰나, 정체불명의 '살인 바람'이 버스를 그대로 두 동강 냅니다. 미츠코를 제외한 모든 .. 2026. 7. 7.
일본 드라마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리뷰 (도피주의, 힐링서사, 진보초) 상처받은 사람이 책방에 틀어박히면 정말 나을 수 있을까요. 저는 한동안 이 질문을 비웃었습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쌓아온 커리어가 한순간에 무너졌을 때, 주변의 위로조차 폭력처럼 느껴져 방 안에서 잠에만 기댔던 시간이 제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경험이 있었기에 2010년작 영화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을 보며 커다란 동질감을 느꼈고, 동시에 냉정하게 해부하고 싶은 충동도 함께 들었습니다.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어느 날 세상이 멈추는 방식, 다카코의 붕괴이 영화가 묘사하는 일상의 붕괴 방식은 꽤 정교합니다. 남자친구가 다른 여성과 결혼한다는 통보를, 옆 테이블의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 퍼지는 소음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꺼내놓는 장면은 그 연출 자체가 이미 잔인합니다. 상대는 같은 회사 경리부 .. 2026. 7. 7.
일본 영화 52헤르츠 고래들 리뷰 (은둔자, 구원 서사, 신파 한계) 일본 예술 영화 흥행 1위를 차지한 작품이 한국에서 2024년 9월 4일 개봉했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예고편보다 제목에 먼저 마음이 걸렸습니다. 세상의 주파수와 달라 평생 혼자 울어야 했던 고래 이야기가, 한때 아무도 알아채 주지 못했던 제 고독의 시절을 정면으로 건드렸기 때문입니다.52헤르츠 고래들, 은둔자와 상처받은 아이가 만나는 방식영화는 사람들을 피해 아무 연고도 없는 한적한 바닷가 마을로 흘러들어온 젊은 여성 키코의 일상으로 시작합니다. 갑작스러운 소나기 속에서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꼬마 아이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아동학대(Child Abuse)의 피해를 고스란히 몸에 새긴 채 도망쳐버린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키코는, 자신이 과거에 받았던 구원의.. 2026. 7. 6.
일본 드라마 여기는 아미코 리뷰 (아미코, 소외, 가족 붕괴) 순수함이 가장 잔인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저는 영화관이 아니라 교실에서 먼저 배웠습니다. 세상과 주파수가 맞지 않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는 그 기억을 날 것 그대로 다시 꺼내 흔들었습니다. 악의도 없고, 계산도 없는 아이가 어떻게 한 가정을 완전히 무너뜨리는지, 그리고 그 파국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얼마나 무책임하게 냉정해질 수 있는지를 이 영화는 끝까지 외면하지 않습니다.여기는 아미코, 교실 속 그 아이와 아미코, 그리고 제가 선택한 방관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교실 안에는 꼭 한 명씩 '결이 다른 아이'가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그 아이들은 딱히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나쁜 의도를 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수업 중에 갑자기 노래를 불렀고, 아무 맥락 없이 웃음을 .. 2026.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