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족 영화4

일본 영화 스텝 리뷰 (싱글대디, 사별 극복, 재혼 서사) 솔직히 이 영화를 고른 건 순전히 저 자신 때문이었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난 뒤,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는데 혼자만 멈춰 있는 것 같던 그 감각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었거든요. 아내와 사별 후 딸 미키를 홀로 키우는 아버지 켄이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은, 상실을 '극복'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품은 채 앞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그립니다.스텝, 혼자 남겨진 아버지, 서툰 육아의 무게저도 처음엔 이 영화가 전형적인 신파 드라마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예상 밖이었습니다. 켄이치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무너질 시간조차 없이, 딸을 유치원에 맡기고 곧장 직장으로 달려갑니다.영화가 다루는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싱글페어런팅(Single Parenting)입니다. 싱글페어런팅이란 한 명의 .. 2026. 6. 23.
일본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일상의 미학, 상처의 치유, 서사적 한계) 일에 치여 정신없이 보낸 주가 끝나는 금요일 밤이면, 저도 가끔 아무 자극 없이 그냥 화면만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날 밤 고른 영화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였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잔잔할 거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복잡한 감정을 건드릴 줄은 몰랐거든요. 이 영화는 작은 바닷가 마을에 사는 세 자매가 아버지의 부고를 계기로 이복동생 스즈를 집에 들이며, 함께 매실주를 담그고 잔멸치 덮밥을 먹는 평범한 일상을 통해 상처를 녹여가는 이야기입니다.바닷마을 다이어리, 일상의 미학으로 쌓아 올린 상처의 치유일반적으로 가족 드라마는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 하나로 카타르시스를 끌어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영화는 완전히 반대 방향을 택합니다. 감정을 터뜨리는 대신.. 2026. 6. 21.
일본 영화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모성의 되물림, 소수자 재현, 감상주의) 트랜스젠더 여성이 방치된 아이의 사실상 보호자가 되는 이야기. 설정만 들으면 자극적으로 들릴 수 있는데, 오기 가미 나오코 감독은 이 소재를 놀랍도록 조용한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온도 차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생각이 지워지지 않더군요. 아름다운 이야기인 건 분명한데, 그 아름다움이 무언가를 덮고 있다는 느낌이 떠나질 않았습니다.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핏줄을 넘어선 모성의 되물림, 뜨개질이라는 서사 장치이 영화의 핵심 서사 구조는 모성의 세대 간 전이, 즉 모성의 되물림입니다. 여기서 모성의 되물림이란 생물학적 출산을 통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진심 어린 돌봄의 경험이 다음 세대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린코의 어머니는 어린 린코.. 2026. 6. 21.
영화 엣 홈 at Home (선택적 가족, 범죄 미화, 혈연의 폭력성)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좀도둑, 문서 위조범, 꽃뱀이 모여 만든 가족이 있습니다. 저는 사춘기 시절 "차라리 타인이랑 사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품었던 사람으로서, 이 영화의 첫 장면부터 뭔가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일본 영화 엣 홈 at Home, 가족이란 무엇인지를 범죄 서사로 되묻는 작품입니다.엣 홈, 피보다 진한 가족, 근데 이게 정말 그런가요일반적으로 '선택적 가족'이라고 하면 따뜻하고 치유적인 서사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그 이상화 뒤에는 꽤 불편한 현실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영화는 도입부부터 철저하게 이 가족이 화목해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공원의 벚나무 아래 모녀가 어깨를 기대고, 오빠는 여동생 목욕물을 데워놓고, 막내는 게임 삼매경에 빠진 형.. 2026.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