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34

일본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개연성, 스노비즘, 캐릭터 붕괴) 취향이 데칼코마니처럼 맞아떨어지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같은 인디 밴드 티셔츠를 입고 같은 구석 자리 책을 손에 들고 영화를 보다 울음이 터지는 타이밍조차 똑같았던 그 사람과 저는 취향이라는 언어 하나로 세상과 싸울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도이 노부히로 감독의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그 기억을 정확하게 건드렸습니다.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막차가 만들어낸 사랑, 그 설레는 개연성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틀었을 때 '또 운명적 첫 만남 로맨스겠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키누와 무기가 막차를 놓친 역전에서 처음 대화를 시작하는 장면을 보는 순간, 그 판단을 거뒀습니다.이 영화의 가장 강한 힘은 내러티브 개연성(narrative plausibility)에 있습니다... 2026. 6. 19.
일본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줄거리, 실화검증, 교육판타지)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또 뻔한 성장물이겠지"라며 큰 기대 없이 틀었습니다. 그런데 화면 속 사야카가 주변의 비웃음을 등에 지고 단어장을 붙들고 있는 장면에서, 한때 제가 겪었던 그 차갑고 외로운 밤이 겹쳐 보였습니다. 뒤늦게 책상을 잡은 사람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건 부족한 실력이 아니라, "네가 무슨"이라는 주변의 시선이라는 걸 저는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전교 꼴찌에서 게이오까지, 실화가 증명한 1년의 기록도이 노부히로 감독의 이 영화는 실존 인물 사야카의 수험 분투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게이오 대학은 일본에서 와세다 대학과 함께 사학(私學) 양대 명문으로 꼽히는 곳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연세대나 고려대에 해당하는 위상입니다. 사야카는 편차치(偏差値) 3.. 2026. 6. 18.
일본 영화 1초 앞, 1초 뒤 (교토 배경, 시점 전환, 스토킹 논란)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평생 '빠른 사람'이 곧 '잘하는 사람'이라고 믿고 살았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도 셔터를 너무 빨리 눌러 상대방 눈이 반쯤 감긴 사진만 건졌고, 대화 중에는 상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제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다 이 영화 예고편을 보는 순간, 가슴 어딘가가 콕 찔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속도에 중독된 삶을 살면서 정작 옆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한 번도 온전히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뒤늦은 자각이었습니다.1분 앞, 1초 뒤, 교토라는 배경이 만든 아날로그 정서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신작 는 대만 영화 의 리메이크작입니다. 리메이크(remake)란 기존 작품의 서사 골격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배경과 문화적 맥락으로 재창작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오리지널에서 1초 빠른 인물이 여성이었다.. 2026. 6. 18.
영화 강변의 무코리타 (고독사, 죽음의 미학, 일상의 치유) 고독사로 발견된 아버지의 유골을 아들이 오징어 젓갈 통에 담아두는 영화가 있습니다. 처음 이 설정을 들었을 때 저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직접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이 영화는 그 경계 어딘가에 정확히 서 있다는 것을.강변의 무코리타, 고독사 공포가 저를 이 영화로 이끌었습니다한때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차단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타인과의 연락을 모두 끊고 좁은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던 그 시절, 저를 가장 괴롭혔던 공포는 생각보다 소박했습니다. "이러다 아무도 모르게 죽는 건 아닐까." 지독하게 외로운 상실감 속에서도 그 두려움만큼은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고독사(孤獨死)란 혼자 생활하다가 주변과 단절된 상태에서 사망하는 것을 가리키며, 시신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를 포함하는 개념입.. 2026. 6. 18.
영화 텐텐 (도쿄 산책, 가짜 가족, 자수) 솔직히 저는 살인범의 도주 동행을 이토록 따뜻하게 그린 영화가 불편하지 않을 줄 몰랐습니다. 2007년작 일본 영화 텐텐은 빚 천만 원에 쫓기는 대학생과 자수를 결심한 살인범이 도쿄를 함께 걷는 기묘한 로드무비입니다. 보고 나서 며칠 동안 마음 한 켠이 이상하게 간지러웠습니다.텐텐, 도쿄 산책이라는 설정이 저를 끌어당긴 이유저도 대학 시절, 지갑 속 동전 몇 개가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동네 골목을 정처 없이 배회하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그 시절 저에게 '걷는다'는 행위는 도피이기도 했고, 동시에 가장 솔직해지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후미야가 빚 84만 엔이라는 현실 앞에 무너진 채 파칭코 기계 앞에 앉는 장면이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로드무비(Road M.. 2026. 6. 18.
영화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편견, 연대, 간병 현실) 직장을 다니던 시절, 저도 아침마다 이유 없이 머리가 지끈거리고 지하철을 타기가 두려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저 '내가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서'라고 스스로를 탓하며 버텼는데, 2011년 개봉한 일본 영화 를 보고 나서야 그게 마음의 병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성실한 회사원 남편과 무명 만화가 아내가 우울증이라는 예고 없는 손님을 맞이하며 서로를 다시 발견해 가는 이야기입니다.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우울증이라는 진단,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을까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우울증을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하면 보통 어둡고 무거운 작품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어떤 면에서는 잔잔한 홈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남편 '츠레'는 요일별로 입을 옷과 먹을 음식을 미리.. 2026.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