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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일본 드라마 모던 러브 도쿄 리뷰 (워킹맘, 옴니버스, 사랑의 형태)

by 무비체커 2026. 7. 14.

잠 못 드는 새벽에 뭐라도 틀어놓고 싶어서 고른 드라마가 예상 밖으로 가슴을 치고 나오는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도 커리어와 인간관계 사이에서 허덕이던 시기에 그냥 흘려보내려고 재생했다가 멈추지 못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에서 공개된 일본 로맨스 앤솔로지 드라마 모던 러브 도쿄, 7개의 에피소드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사랑에 정답이 있는가.

모던 러브 도쿄, 워킹맘이라면 1화에서 무너집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 주인공 마리의 이야기는, 직장에 복귀한 지 얼마 안 된 분이라면 아마 첫 장면부터 숨이 막힐 겁니다. 아이 몸무게가 첫째보다 덜 나간다는 진단을 받고 인터넷 검색창을 붙잡는 장면, 저는 그 장면에서 이미 손이 떨렸습니다. 주인공 마리가 싱가포르 출장을 앞두고 친정어머니와 벌이는 갈등은 단순한 고부갈등이 아닙니다. 복직이라는 선택 자체를 두고 벌어지는 날 선 충돌이고, 그 안에는 생활을 위해 일해야만 하는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모유 수유를 둘러싼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드라마틱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는데, 실제로 보건 분야에서는 모유 수유율 제고를 중요한 공중보건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생후 6개월까지 완전 모유 수유를 권고하지만, 동시에 모든 상황에서 모유 수유가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마리가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 아이스팩 때문에 유축 가방을 압수당할 뻔하는 장면은 이 권고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순간입니다.

마닐라 공항에 불시착해 힘겹게 모은 모유를 전량 폐기해야 하는 장면은 제가 직접 보면서도 손에 땀이 났습니다. 그곳에서 또 다른 엄마를 만나 나누는 대화가 이 에피소드의 핵심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늘 미안함을 안고 사는 것이 엄마라는 존재라는 사실, 드라마는 그걸 설교하지 않고 그냥 보여줍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주목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모유 수유 압박이라는 사회적 시선과 커리어 유지 사이의 갈등
  • 기내 반입 규정, 호텔 정전, 불시착 등 현실적 장애물의 연속
  • "아이를 사랑하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다"는 결론에 이르는 과정

이혼한 부부가 다리를 걷는 이유

2화는 조금 다른 결의 이야기입니다. 생물학 교수 가나와 전남편 게이스케가 도쿄의 다리들을 함께 걸으며 취재를 돕는 설정인데, 저는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제 자신의 오래된 관계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크게 싸운 것도, 서로를 미워한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 그냥 멀어진 사람. 그게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이별이라는 걸 이 에피소드는 정확히 짚어냅니다.

가나가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나는 유부남들의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여기서 드라마는 섹스리스(sexless), 즉 부부 사이에 성적 친밀감이 장기간 단절된 상태를 핵심 소재로 다룹니다. 섹스리스란 의학적으로는 통상 1개월 이상 성관계가 없는 상태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일본 가족계획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내 기혼 부부의 절반 가까이가 이 상태에 해당한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습니다. 드라마가 이 문제를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로 소비하지 않고, 관계가 무너지는 이유는 부부마다 모두 다르다는 시각으로 접근한 점은 제 경험상 꽤 드문 시도입니다.

비 오는 다리 위에서 두 사람이 다시 걸어가는 마지막 장면은 과장 없이 좋았습니다. 극적인 고백도, 눈물도 없이 그냥 서로를 향해 걸어가는 것, 그게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63세의 맞선과 30년 만의 고백

3화는 이 드라마에서 제가 가장 의외로 좋았던 에피소드입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63세 이혼녀의 데이팅 앱 이야기라는 설정에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나스코와 하야미가 하루주쿠 거리를 헤매며 변해버린 도시에서 옛 가게를 찾아내는 장면, 무거운 책을 나눠 드는 장면들이 쌓이면서 묘하게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나스코가 30년 전 최악의 맞선 상대에 대한 트라우마를 털어놓는 순간, 하야미가 그 맞선 남자가 바로 자신이었다고 고백하는 반전은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는 그 반전보다 그 이후가 더 중요합니다. 당시 하야미가 보여준 거만함이 사실은 극도의 긴장에서 비롯된 횡설수설이었다는 설명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상대방의 신호를 오해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앤솔로지(anthology) 드라마의 장점이 여기서 발휘됩니다. 앤솔로지란 독립된 여러 이야기를 하나의 작품으로 묶은 형식으로, 각 에피소드가 다른 인물과 다른 사랑의 온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3화가 1화나 2화와 전혀 다른 정서를 갖고 있어도 자연스럽게 수용됩니다. 젊은 연인들처럼 뜨겁지는 않지만, 서로의 외로움과 인생을 이해해 주는 깊은 공감이 피어오르는 황혼 로맨스, 이게 이 드라마에서 가장 잔잔하게 오래 남는 이야기입니다.

완성도가 들쭉날쭉한 건 감수해야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드라마 7개 에피소드가 모두 같은 완성도는 아닙니다. 4화의 우울증 부부 이야기는 제가 직접 봐도 눈물이 나올 만큼 밀도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남편 켄고가 아내 마이를 겨울잠 자는 북극곰에 비유하자, 마이가 "북극곰은 사실 겨울잠을 자지 않아"라고 엉뚱하게 반박하는 장면은 이 드라마 전체에서 가장 좋은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무기력증(anhedonia), 즉 일상적으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그토록 따뜻하게 묘사한 드라마는 흔하지 않습니다. 무기력증이란 우울증의 핵심 증상 중 하나로, 단순한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과는 전혀 다른 의학적 상태입니다.

그런데 5화에 이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노숙자가 신분을 위조해 PD와 교제하다가 강물 속으로 사라지는 결말은, 앞선 에피소드들이 쌓아 올린 현실감을 단숨에 무너뜨립니다. 제 경험상 이런 판타지적 결말은 감성적인 연출로 봉합하려 해도 이질감이 남습니다. 6화와 7화도 지나치게 편리한 우연에 기대는 면이 있습니다. SNS 댓글 하나로 10년 넘게 그리워하던 사람을 찾아내고, 단골 바에서 기적처럼 재회한다는 전개는 순정만화의 문법에 가깝습니다.

옴니버스 드라마의 서사적 완성도(narrative coherence)를 평가할 때, 즉 각 에피소드가 전체 작품과 얼마나 일관된 방향성을 갖는지 살펴볼 때, 이 드라마는 전반부와 후반부 사이의 온도 차가 너무 큽니다. 서사적 완성도란 개별 이야기들이 제각각 흥미롭더라도 전체 작품으로서 하나의 결을 유지하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그 균형이 흔들리는 지점에서 몰입이 깨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모던 러브 도쿄가 완벽한 드라마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1화와 4화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고, 3화의 황혼 로맨스는 나이와 관계없이 오래 기억될 이야기입니다. 잔잔한 일본 특유의 감성 속에서 사랑에 정답이 없다는 걸 조용히 보여주는 드라마를 찾고 있다면, 일단 1화부터 틀어보시길 권합니다. 에피소드 하나당 30~40분 안팎이라 부담도 적습니다. 완성도가 아쉬운 후반부는 그냥 걸러 보셔도 됩니다.


참고: https://youtu.be/IK4h4ftyLXY?si=dCMKyzYLlJwZ0iqV